홍학의 자리 리뷰


홍학의 자리
정해연

지인에게서 이 책이 진짜 재밌다는 말만 듣고 읽기 시작한 "홍학의 자리". 별다른 정보 없이 책을 펼쳤는데, 도입부부터 확 끌려들어갔다. 한 남자가 학생의 시체를 호수에 유기하면서 "이 학생은 누가 죽였을까?"라고 혼잣말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당연히 시체를 유기한 사람이 범인일 거라 생각하지만, 남자의 혼잣말이 그 이상의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암시해 시작부터 확 끌려들어갔다.

이 소설은 주로 진평고의 김준후 선생님 시점으로 진행된다. 김준후는 학생인 채다현과 부적절한 관계에 빠져 있고, 어느 날 교실에서 살해된 채다현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자신이 범인으로 몰릴까 두려워 시체를 호수에 버리게 되는데, 바로 이 장면이 앞에서 말한 소설의 도입부이다.

김준후라는 캐릭터가 꽤 독특하다. 그는 살인 사건의 최초 목격자이지만, 자신의 비밀 때문에 살인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 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독자들도 그와 비슷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내 죄가 들키면 어쩌지?" 하는 긴장감과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이 동시에 교차하며 긴장감이 계속 유지된다.

그리고 후반부에 가면 정말 예상치 못한 반전이 나온다. 채다현이 여학생이 아니라 사실 남학생이었고,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김준후도 양성애자였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 부분을 처음 읽었을 때는 오타인 줄 알았을 정도로 예상 밖의 전개였고, 이를 알고 나서 다시 책을 보면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서술트릭이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채다현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리고 결국 어떤 심정으로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생각하게 된다.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아 한동안 머릿속에 남을 것 같은 책이다.